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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이야기
 
작성자 진솔
작성일 2017-09-09 (토) 02:12
ㆍ조회: 325  
방과 후 활동입니까?(14회 졸업생 자전소설 작가: 전형)

                                                        방과 후 활동입니까?

                                                                                                                                        전형


기숙사의 저녁시간은 요란했다. 자율배식이라 천천히 줄어드는 앞줄에 뒷줄은 아우성이었고, 앞줄은 조금이라도 반찬을 많이 푸기 위해 옥신각신 했기 때문에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들어올 틈이 없었다. 결국 식당 아주머니에게 주걱으로 한 대씩 얻어맞고 나서야 학생들은 얌전히 밥을 펐다. 그리고 일반 식당처럼 땅바닥에 펼쳐진 책상에 식판을 놓고 자유롭게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정신없이 섞여서 식사를 즐겼다. 그리고 그 식사는 교장선생님의 등장으로 잠시 중단됐다.
“안녕하세요!”
밥을 먹다말고 학생들은 익숙한 듯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교장선생님을 향해 인사를 했다. 교장선생님도 “안녕!”하고 흔쾌히 인사를 받자 학생들은 다시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던 교장선생님은 접시에 밥을 푸다말고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학생들을 돌아봤다.
“애들아, 광고할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일제히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교장선생님은 아주 재밌는 꿍꿍이가 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우리 내일부터 방과 후 시간에 학년별로 동물 하나씩 키울 거니까, 키우고 싶은 동물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해라!”
학생들은 일제히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식사를 계속 했다. 그 때, 중학교 1학년 막내하나가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는 고3 형들을 향해 물었다.
“근데 형.”
“응?”
“우리가 방과 후 시간이 있었어?”
그 말에 그 쪽 책상만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질문을 받은 고3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막내를 향해 일로 와보라며 손짓을 했다.
“막내야, 귀 좀 대봐.”
“응, 왜?”
“그게 있지, 이건 아주 중요한 사실인데.”
귓속말로 들려오는 형의 대답을 듣고 나자, 막내의 표정은 더욱 어리둥절해졌다.
“우린 방과 후 시간이 없으니까 동물을 키우는 거야.”
결국 막내에게는 더없이 혼란스러운 저녁시간이 되었지만, 그러는 사이 막내의 접시에서 군만두를 슬쩍 가져간 몇몇의 고3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저녁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의 기본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식당에 가 떠들썩하게 밥을 먹는 사이, 교장선생님과 중학교 1학년들은 운동장에 모여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장선생님, 저희 뭐 기다리는 거예요?”
그러자 교장선생님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리 알면 재미없는 걸 기다리고 있지.”
그 말에 아이들은 모두 입을 꾹 다물고 학교 정문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두 마리의 개를 품에 안고 정문으로 모습으로 들어냈다. 작은 개는 누런색이었고, 그보다 더 큰 덩치의 개는 하얀색이었다. 그래서 누런 강아지에게는 황토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하얀 강아지에게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백구란 이름대신 강아지의 아지를 따 아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렇게 중학교 1학년들은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와! 교장선생님! 근데 이 강아지들은 남자에요, 여자에요?”
“음, 그보다 애들아. 너희들이 먼저 신경 써야 될 건 따로 있단다.”
“그게 뭔데요?”
중학교 1학년 막내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을 보며 교장선생님은 그 전보다도 훨씬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먼저 밥 줄 순서부터 정해야지!”
이렇게 중학교 1학년들이 키우게 된 강아지들은 여자 기숙사와 본관 교실 사이에 있는 수돗가에 묶여 아이들이 갖다 주는 식사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시간이 흘러 강아지들은 만인의 강아지가 되 온 학생이 함께 키우는 동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워낙 학생들이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는 곳에 있었던 탓에 예쁨과 간식을 하도 많이 받아 결국에는 중1 아이들이 가져다주는 식사를 잘 안 먹게 되어버린 것이다. 기고만장해진 황토와 아지를 보며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어이가 없어졌다. 더군다나 중학교 1학년 막내들이 받던 귀여움을 대신 독차지하게 된 강아지들과 중1 아이들의 사이가 견원지간이 되어버린 것은 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었고, 이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는 오래도록 학교에 전해져 내려오게 되었다.
다음으로 교장선생님은 고3 아이들을 위한 동물을 구하러 갔다. 원래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의 차례였지만, 수능이 닥쳐온 고3들의 무서울 것 없다는 눈빛에 눌려 어쩌다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새벽에 일찍 묵학실에 모여 공부하는 고3들의 앞에 교장선생님이 들고 나타난 것은 작고 검은 돼지 한 마리였다. 교장선생님의 품안에 있는 돼지를 보자마자 고3 여학생들은 너무 귀엽다며 아우성쳤다. 그리고 어느 샌가 돼지는 여학생들의 품에 안겨있었다.
“헐, 얘 봐봐 돼지인데 진짜 작아!”
“꿀꿀거리지도 못할 거 같다.”
“얘 아무래도 기니피그 같은데?”
“기니피그?”
한창 수다를 떠는 여자아이들을 보며 고3 남자들은 평소에는 그렇게 놀려대던 여자애들이었지만, 왠지 그 품에 안겨있는 새까만 돼지가 부러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끄러운 여학생들에게 뭐라고 하는 대신, 조용히 그 검은 돼지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그러는 사이 고3 여학생들은 이 귀여운 기니피그를 어디서 키울지 고민하고 있었다.
“교장선생님! 이 돼지 저희 여자들 기숙사에서 키워도 돼요?”
“허허, 내 맘 같아선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너무 정이 들어버리면 곤란하니까 밖에서 키워야 된단다.”
“네? 왜 곤란한데요?”
“그야, 당연히 통통하게 키워서 구워먹어야지.”
그 말에 고3 일동은 순간 돌처럼 굳어졌다.
“얘 기니피그 아니에요?”
“그럴 리가. 너희들한테 맡길 건데 내가 겨우 기니피그를 사오겠니.”
“아…….”
“제주도 토종 흑돼지라서 다 크면 100kg은 훌쩍 넘을 걸? 돼지를 넣을 울타리는 온 학생이 힘을 모아 같이 지어줄 테니 걱정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 된다?”
묵학실에서 교장선생님이 나간 뒤, 고3 여자들은 들고 있던 돼지를 살며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돼지는 아주 우렁차게 꿀꿀거리며 묵학실을 신나게 돌아다녔다. 교장선생님은 묵학실을 나오기 전 아이들이 지은 표정은 마치 안심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햄버거 패티 한 장만 나온 걸 본 손님 같았다.
중학교 2학년에는 여자아이 두 명밖에 없었다. 그래서 교장선생님이 고민한 끝에 사온 것은 작은 토끼 두 마리였다. 두 아이들은 서로 친하면서도 자주 싸우기도 해서 교장선생님은 고민 끝에 각자 한 마리씩을 맡을 수 있도록 두 마리를 사온 것이다. 아이들은 토끼를 받아들고는 세상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각각의 토끼에게 이름을 붙였다. 한 마리는 토, 한 마리는 끼로 짓는 순수한 듯 순수하지 않은 아이들을 보며 교장 선생님은 잠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강아지와 달리 토끼는 손이 많이 가는 동물들이었기 때문에 교장선생님은 특별히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국어 선생님을 붙여 주었다. 조금 엉뚱한 구석이 있다고는 해도, 오랜 시간동안 학교에서 교사로 생활하며 철저하게 규칙을 준수하는 모범적이고 학교가 자랑할 만한 여선생님이었다. 간혹 그런 철저한 면 탓에 철저하지 못한 것보다 못한 상황을 만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다음 날, 토끼를 키울 집을 구매하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에 밤새 고민하다가 모든 조건을 만족시켰다는 조밀한 철장 5장을 사온 국어 선생님은 아이들과 토끼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에서 와 철사로 그 철장들을 일일이 고정시키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교장 선생님은 차마 입을 벌릴 수 없었다. 밤낮없이 일하는 아이들을 보며 교장선생님은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방과 후가 없어서 미안하구나.’
그리고 그 철장은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도록 한 섬세함 작업 끝에, 두 마리 토끼를 위한 러브 하우스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이후 중학교 2학년들은 국어선생님과 함께 토끼에 대한 정보 탐색시간을 가졌고, 토끼는 이술이 묻은 풀을 먹으면 죽으며, 하루 일정시간동안 햇볕을 쬐어야 하며, 추위에 엄청나게 약하며, 생각보다 매우 민첩하다는 글을 읽은 끝에 컴퓨터를 꺼버렸다. 토끼를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름이 끼치는 정보만 수도 없이 발견한 원인을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이었다.
이후, 고3들이 운동장 위쪽에 자리 잡은 돼지 울타리 안에 들어가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는 흑돼지의 밥그릇에 짬밥을 제대로 담아주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이, 중학교 2학년의 아리따운 소녀들은 이슬 묻은 풀로만 달려가는 토와 끼를 붙잡기 위해 운동장 곳곳을 질주하고 다녀야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서는 햇볕을 쬐어주기 위해 토끼가 들어있는 철장우리를 운동장에 한 가운데에 가져다 놓았고, 정확히 3시간 뒤에 나와 다시 원상복귀 시켜야했다. 토끼를 키우기 시작한 지 한 달 뒤, 살이 오동통하게 올라오는 토와 끼에 반해, 점점 살이 빠지는 두 소녀들은 생각했다.
‘뭐가 문제지?’
그리고 토끼를 사온 장본인인 교장 선생님은 우연히 햇볕을 쐬며 잠이 든 토끼들을 보다가 순간 죽은 줄 알고 나뭇가지를 들고 토끼들을 깨워버리는 실례를 범하고 있었다.
여담으로 한창 공부만 하던 고3들은 어느 날, 물오르듯 올라오는 식욕으로 인해 제주 토종 흑돼지에게 ‘짬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틈만 나면 짬밥이에게 짬밥을 가져다주는 기이한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그 결과, 무럭무럭 늘어만 가고 있는 짬밥이의 몸무게와 달리, 고3 아이들의 성적은 뚝뚝 떨어져갔고, 교장 선생님은 “짬밥은 하루에 3번!”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그 결과 짬밥이의 몸무게와 고3 학생들의 성적은 평행선을 이루며 언제나 긴장상태를 유지한 체 성장하게 되었지만, 고3 아이들은 맘껏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속으로 눈물짓기도 했다. 그러는 날이면 짬밥이도 수시로 밥을 갖다 주었던 그들이 그리워 밤새도록 “꿀꿀~”거리며 울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는 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일 혈기왕성한 학년들로 유명했다. 그들이 맡게 된 동물은 고양이 한 마리였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은 조금 특별했다. 그 고양이를 사온 직후 급하게 출장을 가게 된 교장선생님은 고1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 체 학교를 비우고 말았다. 그리고 그 날 밤늦게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고양이 울음소리는 산골짜기 기숙사의 모든 곳에 울려 퍼지며 학교에 전해 내려오는 괴담을 하나 더 탄생시킬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소리의 발원지가 사택임을 발견한 학생들에 의해 상황은 우선 일단락되었다. 우연히 우르르 몰려간 고1 남자아이들은 굳게 잠긴 사택 문 앞에서 고민하다가 바깥 쪽 창문을 통해 침입하기로 결정했다. 제일 신체능력이 우수한 고1학생이 이층에 위치한 사택 창문을 바깥벽을 타고 가 여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몸이 창문에 들어가지 않는 관계로, 가장 얇은 신체를 가진 중학교 1학년 학생을 창문에 집어넣어 겨우 고양이를 구출하게 되었다. 다음 날, 교장 선생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당당하게 고양이를 구출하는데 한몫했다는 고1아이들은 우르르 몰려와 말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에게 기브 앤 테이크를 요구한 것이다. 당황한 교장선생님은, “그렇다면 상으로 이 고양이를 너희에게 주마!”라고 상황을 일단락 지어버렸고, 아무것도 모르는 고1 학생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고양이를 얻어냈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 이후 고1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작은 다툼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자신들 방에서 고양이를 기르겠다는 것이었다. 서로 으르렁댄 끝에, 자신들이 구해냈으니 자신들이 길러야 된다고 하는 남자들의 이론을 이기지 못한 여자들은 결국 새침한 표정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아이들은 온 몸에 할퀸 자국이 가득한 채 교장선생님에게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영문을 알 수 없던 교장선생님이 우선 상처를 치료해주자 남자 아이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힘겹게 말했다.
“저희에겐 너무나 벅찬 존재입니다.”
졸지에 고1 남자아이들에게 상위 존재로 인식되어버린 고양이는 그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채 야옹하고 울었다. 그런 남자 아이들의 고백 아닌 고백을 우연히 듣던 고1 여자이이이 한 명이 코웃음 치며 고양이를 빼앗아들었다.
“동물은 어떻게 교육시켜야 되는지 우리가 보여주지.”
그렇게 고양이의 거처는 고1 남자 아이들의 방에서 여자 아이들의 방으로 바뀌게 되었고, 이 후 고양이의 운명은 그 궤도를 아주 달리하게 되었다.
며칠 뒤, 고양이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고1 여자아이들을 받들어 모시기 시작했다. 고1 여자아이들 앞에서 애교를 떨며 벌러덩 눕는 고양이를 보고 남자 아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고양이에게 ‘릴리’라는 이름을 하사했는데, 알고 보니 사실 수컷이었던 걸로 확인되었지만 그 누구도 따지지 않았다. 또한 늦은 저녁 여자 기숙사 쪽에서 앙칼진 고양이 울음소리가 때때로 들려온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이러한 상황을 지켜본 고1 남자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여자애들한테 잘못 걸리면 큰일 나겠다.’
이런 사건을 통해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이 자신들의 영리함과 노련함을 깨달아주길 바랐지만, 실제로 남자 아이들이 깨달아버린 건 여자들의 무서움이었다. 그 후로 고1 남자들이 고1 여자들에게 대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전설이 되어 전해졌다.
네 학급에 동물들을 구해주러 다녔던 교장선생님은 중3과 고2를 남겨두고는 잠시 체력이 방전되고 말았다. 그래서 학교 뒷집에 사는 이웃 할아버지에게 상담을 하러 갔다가 운 좋게 어린 흑염소 한 마리를 얻어오게 되었다. ‘상담’이라 쓰고 ‘획득’이라 읽는 교장선생님만의 노하우였다. 그 염소는 고등학교 2학년의 손에 의해 길러지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중에 바느질을 잘하는 여자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그 흑염소를 보자마자 그녀는 무슨 영감이 떠오른 듯 담요 한 장을 가지고 며칠 동안 바느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의해서 핫 핑크 흑염소용 맞춤 원피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 옷을 입히자 영락없이 알프스 산맥을 뛰노는 하이디의 모습을 연상시켰던 흑염소에게 고2 학생일동은 ‘마리’라는 어여쁜 이름을 지어줬다. 그 이름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점심시간의 학교 운동장에서는 기이한 풍경들이 차츰 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운동장 저 끝에서는 흑돼지와 고3들의 밥 먹이기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중학교 2학년들은 한 손에 당근 한 덩이씩을 들고 이슬을 향해 헤엄칠 기세로 뛰어드는 토끼 두 마리와 맹추격전을 벌이고 있었으며, 거기에 더하여서 흑염소 마리는 옷 벗어 던지기 쇼를 훌륭하게 선보이고 있었다. 옷이 답답했는지 뒷발로 원피스를 계속 건들던 마리는 결국어느 날 부턴가 옷을 벗어 버리는 신기술을 선보이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가 옷을 정확히 어떻게 벗는지 정확히 본 사람은 없었다. 고2 학생들이 옷을 벗고 있는 마리를 관찰해 보아도 어떤 원리로 스윽 하고 옷을 벗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허물처럼 벗어놓은 옷을 본 목격자만 수두룩했다. 그리고 그 옷을 다시 집어 들고 의지를 활활 불태우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 옷을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여자아이는 더 세심한 바느질로 옷을 재가공했고, 완성된 직후, 그 옷은 마리에게 입히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그 옷을 입은 뒤 마리는 한동안 그 옷을 벗지 못했다. 단지, 마리가 그 학생을 피했다는 것 밖에는. 그리고 어느 날, 나뭇가지에 찢겨 걸려있는 마리의 옷이 발견되었고, 마리는 그 앞에서 발가벗은 못이 개운 한 듯 “메에~”하고 기분 좋게 울었다. 그 이후로 그 소녀는 다시는 마리를 위해 옷을 만들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그런 까칠한 마리가 그럼에도 잘 따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통칭 ‘염소꾼’으로 불린 그의 행적은 학교 역사에 길이길이 새겨졌다. 염소와 같은 한결같은 표정으로 염소가 풀을 뜯어 먹으면 저기 저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고는 했던 그는, 늦은 밤에도 마리가 애처롭게 일어나면 그녀 옆에 한동안 있어주었다. 그리고 마리의 목줄을 끌고 다니던 그가 점점 마리가 이끄는 대로 어슬렁어슬렁 끌려가는 모습은 아주 신기한 볼거리로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해졌고, 그렇게 ‘염소꾼’이라는 별명을 얻기에 이른 것이다. 그 별명을 썩 좋아했는지 그의 표정은 염소의 표정처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썩 기분이 좋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다른 학년들이 동물들과 즐겁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비통한 심정에 빠진 한 학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지막까지 동물을 갖지 못했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짬밥이에 의해 짬밥국물을 맞는 고3들을 마치 물놀이를 하는 것 마냥 바라봤고, 마리에게 옷을 입혀주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고2들의 모습을 염소와 즐겁게 춤추는 모습으로 봤다. 토와 끼와 추격전을 버리며 학학거리는 중2 학생들의 모습은 열정적으로 술래잡기를 하는 모습처럼 비춰졌고, 아지와 황토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으르렁대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모습은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우연히 산책을 하다가 그런 아이들의 상태를 발견한 교장선생님은 자신을 크게 질책했다.
‘착한 애들이라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버렸구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정신없이 전화를 받고 난 후 교장선생님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잊어버린 채 유유히 사택으로 사라졌다.
일주일 후, 교장선생님이 출장을 간 뒤 중학교 2학년들을 은밀한 회동을 열었다.
“야, 교장선생님 안 계실 때 얼른 사모님한테 가서 조르자.”
“뭘?”
“당연히 우리도 동물 키우고 싶다고 말이야!”
“근데, 이제 우리가 키울 만한 게 남아있기나 할까?”
“병아리라도 키우지 뭐!”
그렇게 긴 심사숙고 끝에 그들은 사택 앞에 서서 노크를 했다. 그러자 인자한 웃음을 띤 채 사모님이 나왔다.
“왜 그러니 애들아? 배고프니?”
“아뇨, 사모님! 저희도 얼른 동물 키우고 싶어요!”
“어머, 너희 아직도 아무것도 안 키우고 있었어?”  
그 말에 울상을 짓는 아이들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사모님이 말했다.
“그러면 특별히 제일 오래 기다린 상으로 너희가 원하는 동물을 키우게 해줄게.”
그 말에 아이들은 감동한 눈빛으로 사모님을 올려다봤다.
“그럼 사모님! 저희는…….”
“그럼 잘 생각해서 잡아오렴.”
“네?
그 말을 끝으로 살포시 문을 듣고 들어간 사모님을 보며 아이들은 한 명씩 깨닫기 시작했다.
‘아, 직접 원하는 동물을 구해오라는 말이었구나!’
그리고 곧바로 후문으로 나가 동물을 수색하던 그들은 이게 상인지, 벌인지 헷갈렸지만, 멋진 동물을 구해오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곳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무성한 풀숲의 한 가운데에서 어디서도 키울 수 없는 유일무이한 동물을 발견했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곧장 그것을 들고 사택으로 향했고, 사모님이 그 동물을 보고 엄청난 소리를 지르는 통에 온 학생들이 사택으로 모여들었다. 중학교 3학년들이 찾은 동물은 다름 아닌 뱀이었다. 그 뱀은 자세한 관찰 끝에 독이 없는 평범한 새끼 꽃뱀으로 판단되었다. 그래서 다시 풀숲에 던져지는 대신, 플라스틱 상자에 갇히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교장선생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본 것은 사택 앞의 플라스틱 상자에 빨간 리본을 단 채 요염하게 누워있는 뱀이었다. 그 뱀을 보고 교장선생님은 뱀보다 빨간 리본에 더 눈이 갔는지 첫 마디로 “리본?”이라는 말을 했고, 그 말을 우연히 들은 몇 명의 학생들은 그것이 뱀의 이름이라고 생각해 이후 뱀을 볼 때마다 “리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리본이라는 이름은 점점 퍼져 공식적인 뱀의 이름이 되었다. 교장 선생님은 아무런 사정도 모른 체 “나에게 신통력이 있나보군!”하고 뱀을 더 사랑스럽게 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교장선생님은 이름을 짓지 못하게 된 중2 아이들의 따가운 눈빛을 한동안 뒤통수로 받아내야 됐다. 그래서 운동장의 기이한 풍경 속에 마지막으로 추가된 것은 리본을 단 뱀 하나가 스르르 기어가는 광경이었다.
교장성생님은 모든 학생들이 자신들이 맡은 동물을 최선을 다해 돌보고 놀리고 먹이는 것을 보고 뿌듯해했다. 방과 후 활동으로 동물 키우기를 정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반년이 넘게 흘러 동물들의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아지와 황토는 새끼 3마리를 낳았다. 물론 서로가 배우자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대략적으로 그렇게 파악되기만 한 이유는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그들의 성별을 별로 궁금해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견원지간이라 불릴 정도로 싫어했던 녀석들이 낳은 새끼였지만, 그 귀여움에 사르르 녹아버린 중학교 1학년들은 그럼에도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두 마리를 다른 주인에게 보내야 됐을 때는 아지와 황토보다도 더 슬퍼했다. 그래서 아지와 황토가 잠시 난감한 눈빛을 띠었던 것은 유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아지가 암컷이었다는 것을 아이들이 깨달았는데, 이후로 아내보다 덩치가 훨씬 작은 황토를 아이들이 아련한 눈빛으로 봤다는 사실은 황토를 위해 비밀로 은밀하게 처리되었다.
고3들은 수능을 앞두고 큰 의식을 치르게 되었다. 짬밥이와 이별을 해야 되는 것이었다. 그 이별을 앞두고 고3들은 곳곳에 장작을 놓고 불을 지피기 시작했고, 여자 아이들은 식당에서 상추와 각종 야채, 밥, 된장국을 챙겨 밖에 갖다놓았다. 그리고 드디어 돼지고기로 변신해 온 짬밥이를 보고 끝끝내 고3 아이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 눈물의 참의미는 지금까지도 미스테리로 남아있었다. 그래도 끝없이 나오는 눈물 탓에 소금이 필요 없던 고3들은 “너 임마, 사실 속살을 하얀 편이었구나!”하며 끝까지 자리에 남아 짬밥이와 이별을 충실히 실행했다. 그리고 여느 날과 같이 새벽 묵학을 하고 있는 고3들을 보러 온 교장선생님은 뭔가 마음이 애틋해져 말을 꺼냈다.
“너희들이 짬밥이를 잘 키워준 덕분에 그 녀석도 기쁘게 갔을 거야.”
그 말에 고3 아이들은 내심 감동을 받은 듯, 조린 데도 불구하고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희들 그 녀석한테 밥으로 짬밥만 갖다 줬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을 보던 교장선생님은 한마디를 유유히 던지고 묵학실을 나왔다.
“그럼 우리는 몇 달치 짬밥을 한 번에 먹은 셈인 거군.”
그리고 이후 묵학실은 잠시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숙연해졌다고 했다.
마리는 최근에 바느질 잘하는 여학생의 신작을 입고는 우아하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 풀을 어찌나 잘 뜯어 먹던지, 운동장에 풀이 하나도 없어 난처할 지경이었다. 축구를 하다 크게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인조잔디를 까는 것 대신, 다른 곳에서 풀을 공수해와 옮겨 심었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 가지 않아 결국 식량부족이라는 문제로 마리를 뒷집으로 이사시키는 결정을 하게 됐다. 그 사실에 제일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유독 슬퍼보였던 것은 통칭 ‘염소꾼’으로 불리던 남자아이였다. 하지만 가까운 뒷집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마리가 울면 그 남자아이는 뒷집에 가 풀을 뜯어먹는 마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왔다. 옷은 여전히 입고 있는 채로 마리는 언제나 풀을 맛있게 뜯어먹고 있었다고 했다.
고양이 릴리는 시시 때때로 가출을 시도했던 어느 날, 결국 가출에 성공하게 되었다. 그래서 고1 여자아이들이 유독 슬퍼했는데, 유독 남자아이들은 그녀들이 아쉬워하는 것이 무서워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곳곳에서 릴리를 봤다는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증언에 따르면 릴리는 덩치가 엄청나게 커졌고, 그 비슷한 시기에 학교 곳곳에 있던 쥐들이 자취를 감춘 것을 보며 릴리가 그 주인공일 것이라고 학생들은 예측했다. 그러자 고1여자들은 기운을 차리고 “그것이 다 우리의 공적이란다.”하며 얄밉게 웃었다. 하지만 그녀들도 속으로는 쓸 일 없어진 고양이 용품이 무척 쓸쓸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 그녀들의 방 앞에는 고양이 사료를 넘치도록 받아놓은 릴리의 밥그릇이 놓여있었다.
리본은 학교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 성인 뱀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뱀을 데리고 밖에 나온 아이들을 뒤로하고 그는 여전히 리본을 매단 채 수풀사이로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갑작스런 이별에 상심이 컸을 아이들이었지만, 교장선생님께 ‘방사’라는 것에 대한 설명을 들은 그들을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끔 산책할 때 보이는 빨간 리본 탓에도 중2 아이들은 조금 덜 섭섭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 했던 아이들이 있었다. 바로 중학교 2학년이 기르던 토와 끼가 죽은 것이다. 원인은 동사였다. 토와 끼가 추울까봐 두꺼운 담요를 깔아주기도 하고 덮어주기도 했지만, 초겨울이 되자 토끼들은 갑자기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이들은 진즉에 안에 들여놨었어야 했다며 엉엉 울었다. 그런 아이들을 위로하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너희들이 제대로 관리를 못해줘서 죽은 거야!”라며 애들을 상처 입히는 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착잡한 심정으로 토와 끼의 시체를 바라봤다. 그리고 슬퍼하는 중2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애들아, 토와 끼가 죽어서 많이 슬프지?”
우느라 제대로 대답도 못하는 아이들을 향해 자상한 말투로 교장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리가 저기 학교 뒤편에 묻어주고 올까?”
그러자 아이들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토와 끼가 들어있는 우리를 들고 걸어가는 교장선생님의 뒤에 중2 아이들이 종종 따라왔다. 그리고 학교 뒤편의 작은 공터에 도착하자 교장선생님은 토끼들을 눕힐 만한 구멍을 팠다. 구멍을 다 파자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이 직접 여기에다 토와 끼를 놔 줄래?”
그리고 그 말에 토와 끼를 만져 본 아이들은 흠칫 놀랐다. 교장선생님은 알 수 있었다. 아마 너무나 차갑고, 딱딱해서였을 것이다. 살아있음과 죽어있음, 그 사이의 간격을 아이들은 처음으로 느낀 것이다. 무서울 텐데도 아이들은 끝까지 토와 끼의 시체를 두 손으로 들어 무덤 안에다 상냥하게 눕혔다. 그리고 흙을 그 몸에 뿌려줬다. 아직 아이들의 얼굴에는 슬픈 기색이 역력했다.
“애들아, 토끼들이 죽어서 죄책감도 들고 그렇지?”
“네…….”
“너희는 최선을 다해 돌봐줬으니까 그런 감정은 가질 필요 없어. 대신 토와 끼와 함께한 시간을 소중하게 기억해주면 돼.”
여전히 옆에서 가냘픈 훌쩍임이 들렸지만 교장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무덤에 돌을 세워주며 말했다.
“토와 끼가 너희랑 같이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교장선생님은 장담할 수 있단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이런 시간을 겪으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닫길 바랐다.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 그 사람이 나와 함께했던 시간을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시간이 지나서 교장선생님이 가끔 학교 뒤편으로 가보면 토와 끼의 무덤 앞에서 기도하는 중2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은 소리였지만, 분명히 저 하늘에 도달하리라고 믿어지는 간절한 기도였다. 교장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문득 처음 학교를 세웠을 때를 떠올렸다.
교장선생님은 원래 일반 고등학교의 수학선생님이었다. 그곳에서 혈기왕성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올바른 지성과 인성을 가르치며 한 명의 어른으로 키워가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었다. 교사가 된지 몇 달 동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일반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장선생님의 교육방침처럼 가르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욕을 입에 달고 살며, 예의를 잘 모르고, 친구들을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발견되었고, 교장선생님은 선생님으로서 그런 잘못된 아이들의 행동을 일일이 지적하고 고쳐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 돌아오는 것은 아이들의 반항과 다른 선생님들의 지적이었다.
“부모도 아니면서 그렇게까지 간섭하면 곤란해요, 수학선생님.”
다른 선생님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던 교장선생님은 당장 교장실로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똑같았다.
“수학선생님은 애들한테 수학을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지에 대해서나 더 연구하면 됩니다.”
교장선생님은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성과 마음가짐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반대하는 학교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때부터였다. 교장선생님은 자신의 교육방침에 걸 맞는 학교를 직접 세우겠다고 마음먹었으며, 그 준비를 시작했다. 지성만을 가르치는 학교는 학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교장선생님은 중고등학교가 붙어있는 대악학교를 설립했다. 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쳐본 결과, 이미 올바르지 못한 가치관과 개념이 거의 자리 잡아버려서 늦은 감이 있었기 때문에 내린 결과였다. 산골짜기에 뜬금없이 대안학교를 설립한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다들 뜬 구름 잡는 소리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은 응원하는 목사님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아내가 있었기에 기도하며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지금의 진솔대안학교가 세워져 60명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학교가 된 것이다. 장난스럽게 시작했지만, 결국 학년별로 동물을 키우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서 방과 후 활동으로 동물들을 키워 본 학생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학교를 떠나갔다. 여전히 학교 뒤편에는 ‘토와 끼’라고 적힌 무덤이 있었고, 가끔 요염하게 리본을 단 뱀이 출현하기도 했으며, 황토와 아지의 자식이 학교를 든든히 지키고 있었고, 릴리는 쥐를 계속 잡아먹어 이제는 어엿한 돼지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마리는 때때로 구슬프게 우는데도 찾아와 주지 않는 그를 항상 그리워하고 있었고, 짬밥이와 고3 아이들의 동거는 전설적인 이야기로 남아 지금까지도 학교에 전해지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운동장이 시끌벅적하던 시절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날 저녁,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간 교장선생님의 눈앞에는 조금 규모가 작아진 열 명의 학생들이 정말 가족같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교장선생님의 표정에는 언젠가 본 적 있던 심상치 않은 장난기가 드리워졌다.
“애들아, 우리 방과 후 활동으로 뭐 하나 해볼까?”
그러자 아이들은 일제히 교장선생님을 쳐다봤다. 호기심이 잔뜩 어린 그 표정들을 보던 교장선생님이 딱 말문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제일 어린 아이가 말했다.
“우리 학교에는 방과 후가 없는데요?”
그 대답을 듣고 교장성생님은 잠시 주춤하다 사람 좋게 허허 하고 웃었다. 그리고 얼른 당황함을 감춘 체 자못 진지하면서도 엄숙하며 비장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소시지전을 집으며 말했다.
“그거 누가 알려줬어?”
끝내 교장선생님은 누가 알려줬는지 밝혀내는 것을 포기하고 아이들과 함께 앉아 밥을 먹었다. 예전에는 식당을 가득 채우고도 못 먹는 학생들이 있어 서둘러 밥을 먹고 자리를 비켜 줘야했는데, 지금은 책상 두 개만 붙여도 오순도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은 조금 늦게 깨달았다. 자신이 원하던 학교는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을. 학생이 60명이었을 때 교장선생님은 아이들 모두를 일일이 돌볼 수 없었다. 미쳐 신경 쓰지 못하고 놓치는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 한명 한명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눈을 맞추며 애기했다. 그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꿈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문제를 껴안고 있는지에 대해 모두 파악해 교육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교장선생님은 학생들과 정말 가족 같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진짜 교사가 된 것이다. 10명의 학생들에게 진짜 교사가 되어 앉아 있는 교장선생님의 마음은 충분히 벅찼다. 일반 고등학교의 교사였던 시절, 30명의 아이들에게 자신은 가짜 교사였다. 세상에 좋은 향기를 뿌리고 다닐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 10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바빴다. 하지만 문득, 이 넓은 운동장과 학교가 비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60명의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지은 학교이니 말이다. 하지만 서로 즐겁게 웃으며 밥이 맛있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는 학교를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다. 이 아이들이 훌륭한 어른이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억만 심어주는 사람이 된다면, 교장선생님은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교장선생님은 그 모습을 흡족히 바라보다가 마지막 한 술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식당 바깥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어, 교장선생님! 순이가 짖는 거 보니까 누가 왔나 본데요?”
순이는 황토와 아지의 손자였다. 제 할머니를 닮아 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에게 순하게 크라는 의미에서 순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덩치는 점점 커졌고, 운동장에 누가 오기만 하면 우렁찬 소리로 짖어 대서 경보기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저녁 7시가 넘은 시간, 누가 올 일은 없을 터라 교장선생님은 어리둥절하며 현관으로 나갔다. 현관문을 열자 운동장에는 회색 봉고차가 하나 서있었고, 곧 문이 열리며 큰 외침이 들렸다.
“교장선생님!!”
그리고 그 외침을 들은 교장선생님의 눈시울은 곧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었다. 학교에서 6년 동안 교장선생님 옆에서 부대끼고, 배우고, 혼나고, 먹으며 자라난 학생들이었다. 이젠 졸업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아이들은 모두 대학생이 되었지만, 아직도 교장선생님의 눈에는 그 때 그 시절처럼 어리게만 보였다. 짬밥이를 키웠던 고3 녀석도 있었고, 마리의 옷을 만들었던 여자아이도 있었으며, 릴리에게 신나게 팔을 뜯겼던 녀석이나 황토와 아지에게 으르렁댔던 중1녀석은 물론이고, 리본을 보내줬을 때 제일 슬퍼했던 녀석과 마지막으로 토와 끼를 행복하게 키웠던 중2 소녀들도 있었다. 그 아이들 모두 교장선생님을 향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교장선생님은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세상에서 가장 큰 품을 그들에게 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아이들의 품속에는 황토와 아지의 손자인 순이가 안겨 있었다.
“야! 내 말이 맞지! 분명 아지 유전자가 강하게 남았을 거라고 했잖아!”
“아, 진짜 황토는 끝까지 자기 부인을 이기질 못하네.”
“그래도 눈은 촉촉한 게 황토 닮은 거 같기도 하고?”
순이는 처음 본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얌전한 체 하며 짖지도 않았다. 교장 선생님은 조용히 두 팔을 내렸다.
“흠흠.”
큰 소리로 헛기침을 하자 졸업생들은 그제 서야 교장 선생님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다함께 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교장선생님은 그 외침에 보답하듯 큰 소리로 대답했다.
“어서 와라!”
근데 문득 교장선생님은 지금이 대학생들에게 방학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다.
“근데 너희 지금 방학도 아닌데 어떻게 왔어?”
그러자 졸업생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방학이니까 왔죠! 저희 어제 방학했거든요!”
교장선생님은 멋쩍어져 조금 삐진 듯 말했다.
“그래? 그럼 방학 하자마자 할 일도 많았을 텐데 학교는 어쩐 일이신지!”
그 말에 킥킥 웃던 아이들 중 토끼를 키웠던 여자 아이가 말했다.
“이번 방학에는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 보자고 다들 계획을 세웠거든요.”
그리고 뒤에 있는 아이들을 한명 한명을 바라보다가 다시 교장 선생님을 보고 말했다.
“그래서 왔어요! 저희는 학교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했으니까요.”
맞아, 그랬다. 교장선생님은 그런 학생들을 키우기 이전에 자신부터가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많은 제자들이 졸업생이 되어 돌아와 교장선생님 곁에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자신의 마음을 차마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마음을 좀 더 졸업생들에게 말하려는 순간,
“어! 밖에서 치킨 냄새난다!”
식당에서 밖으로 나온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 탓에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아이들은 밖으로 달려가 봉고차 안에서 치킨을 한 아름 꺼냈다. 동생들을 줄 치킨까지 사오다니. 교장선생님은 힘이 빠지던 요즘이었지만, 갑자기 어디선가 힘이 솟는 것을 느꼈다. 분명, 그분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자신의 주변에 잔뜩 서있는 제자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자, 그럼 오늘은…….”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밤새 치킨 파티다!!”
그 말에 다들 환호성을 질렀고 그 사이로 영문도 모르는 체 순이도 신이 나 우렁차게 짖었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다 들어오고 난 후 현관문을 닫으며 다짐했다.
자신의 사명은 바로 지금부터라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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